2024/25 한국
먼저, 사랑하는 이를 먼저 보냈거나 죽음과 마주하고 있는, 죽음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

음력 1964.04.08 '부처님 오신 날'에 태어나
양력 2024.10.04 '천사' 날에 떠난 우리 아빠.
독실한 불교 신자 아들로 부처님 오신 날에 태어나, 고집스런 무교로 자란 아빠는 천사날에 떠났다. 종교란 제도는 사람을 모으기보단 가른다며 거부했지만 절은 참 좋아했던 우리 아빠. 아빠를 쏙 빼닮은 나도 절에 발 딛으면, 향 냄새를 맡으면 편안하니 참 좋다.
아빠는 여행 다니며 전국 절에 나와 동생을 위한 초를 켰다고. 난 이제야 처음으로 아빠를 위한 초를 켜고 등을 올려본다. 극락왕생하게 해주세요 우리 아빠 진짜 착한 사람이라구요.
49재.
더운날 다 가고 가을의 문턱에서 떠난 아빠 덕분에 우린 단풍, 하늘, 바람 가장 좋을 때 명복을 빌어주게 되었다. 일기예보가 좋길래 가볍게 입고 갔는데, 점점 추워지더니 잔비가 내린다. 아빠가 떠나려니 슬펐나 보다.
영가나 재자 모두 열반을 증득하고 마음의 번뇌를 소멸시켰으니 영가는 대 자유의 청정법신비로자나의 세계로, 재자는 망인에 대한 애착이나 죽음에 대한 온갖 걸림에서 자유로우니 바로 현실정토의 향기를 호흡하라 함이다. -조계사[1]
다음 날, 구름 하나 없이 드높은 하늘, 눈부신 해와 나를 포근히 감싸는 공기가 말해주는 듯 하다 - 아빠 없는 세상이 조금 (사실 많이) 무섭기도 할지라도, 잘 할 수 있다고.
막간 투정
아빠 장례식 상주.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아빠 위패 복위자.
이제 서른 됐다고 넘 어른짓 시키는거 아닌가요 부처님? 조상님? 하나님? 아님 누구든 듣고 계신 분이요. 얼마 전 서른 살 먹고 신나서 포스트 쓰고 난리쳐서 죄송해요... 최대한 오래 어리광 피며 살고 싶었는데 안될 낌새네요.
_(:‚‹」∠)_
앞으론 걍 내 맘대로 더 머찌게 살게요
그의 좌표
절대 상상할 수 없던 그가 부재한 세상이 성큼 와버렸다. 네 순진한 소망따윈 사소한 푸념이라는 듯이.
물리학은 말한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이고, 과거, 현재, 미래는 모두 동일하게 존재한다고. 과거가 단순히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 속 아빠의 좌표에 그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우리가 함께한 매 순간, 멀쩍이서 주고 받은 마음, 서로를 위한 소망, 모두.
아빠를 향한 내 마음은 그대로라서, 죽은 이를 계속 사랑하는 이 신기한 마음이 시간의 선형성을 초월해 우리를 엮는 무언가가 있다고 증명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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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 곳이 영원한 축복 혹은 영원한 벌전의 현장이라 하고, 누구는 공부하고 닦여 후손을 도와줄거라 하고, 누구는 생의 기억 다 잊은 채 이 지긋지긋하고 아름다운 지구에서 새 삶을 시작 하는거라 한다. 또 누구는 그저 무無라 한다.
내가 감히 소망할 수 있다면, 이 지독한 삶으로 돌아와 아빠 하고싶은거 다 하며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으면 해. 이번 생에는 평생 다른이를 돌보며, 희생하며 살았으니 다음번엔 하고 싶은 취미 공부 여행 모험 다 맘껏 했으면 해. 아빠가 내게 허락해준 것처럼.
괜히 엉뚱한 상상을 해봐, 하고 싶은거 다 하고 사는 지금의 내 삶이 어쩌면 아빠의 후생일지도.
어쨌든, 나는 아빠의 반이니까. 아빠가 넘겨준 유전자로, 똑 닮은 성격으로,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는 늘 아빠의 존재를 느껴.
나를 웃게 한 것들
정신없는 와중에 나를 활짝 웃게 한 베를린 친구들 일동. 며칠 후엔 택배로 날 오열시켰다고.
고생한다며, 힘내라며, 다만 남들보다 조금 더 일찍 겪는거라 생각하라며, 박카스와 쿠키와 위로의 말과 따듯한 눈빛을 건낸 스쳐가는 어른들.
진심 담긴 한마디, 두마디, 혹은 마음 꾹꾹 눌러담은 글로 날 울려버린 이들.
당신의 따듯함이 잔잔한 힘이 되어 늘 내 곁에 있어.
절대 잊지 않을게. 나도 힘든 이에게 따듯함을 건내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미래 점치기
셀프 타로카드 리딩: 지금 나의 에너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카드 세 장 부탁할게
가운데 운명의 수래바퀴가 보여주듯 나는 중대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변화 이전엔 큰 마음의 상처와 상실이 있겠다. 변화의 소용돌이 뒤에는 마법의 지팡이를 지닌 왕 처럼, 큰 동기와 열정을 가지고 내 삶을 개척, 확장해나갈 것이야. (。•̀ᴗ-)✧
짐 정리

짐 정리 하면서 찾은 어린이 지혜의 그림. I like your vibe, kid. 요러코롬 핑크공쥬처럼 살아보고 싶다 (는 세상이 허용 안해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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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 한사람? Spent way too much time with these bad boys.

아빠의 자랑
아쉬운게 너무나도 많지만 사랑하는 사이에 안 아쉬운 헤어짐이 있을까.
사람들은 아빠가 죽었다고 하지 않아. 대신, 아빠가 떠나셨다고, 돌아가셨다고 해. 어디로 떠났다는 걸까? 어디서 왔길래,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걸까.
얼마 전 읽은 책[2]에서 그러더라. 죽음은 친구와 한참 재밌게 놀고있는 와중에 엄마가 "애아, 와서 밥 먹어라" 하는 거라고. 엄마, 즉 모태로 돌아가는 것. 죽음은 낭떨어지가 아니라 고향이라고. 고향과 같은 어느 곳으로 돌아가 아빠는 쉬고 있을까. 편안할까, 고요할까. 어쩌면, 나는 알 수 없는 그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아빠 친구들이 그러는데, 내가 아빠의 큰 자랑이고 사랑이었데. 아빠에게 직접 들은적은 없지만 나도 알아. 나도 친구들에게 아빠 보고 싶다고, 울 아빠 이만큼 멋지다고, 자랑 하고 다녔거든. 아빠는 영원히 내 자랑이야. 나도 계속 아빠의 자랑이 될게.
잘가